이더리움이 17,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주장을 처음 내놓은 밴클리스의 공동 창립자 라이언 숀 아담스는, 이더리움이 '이자가 발생하는 디지털 금'이라는 새로운 서사를 확립한다면 시가총액 2조 달러도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숫자 예측이 아니라, 이더리움이 현재 직면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기도 하다.이더리움의 이 같은 가능성은 올 초 Kiu_Coin이라는 익명의 애널리스트가 처음 제시했다. 그는 이더리움이 과거와 유사하게 일시적 하락 후 급등하는 패턴을 따르고 있다고 봤고, 지금의 조정 역시 약한 손을 걸러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2021년에도 ETH는 100달러 아래에서 시작해 4800달러까지 급등한 바 있다. 당시 상승을 이끈 건 뛰어난 기술이라기보다는 ‘디파이 생태계 중심’이라는 서사였다.2021년 이더리움은 디파이 열풍을 타고 생태계 중심 자산으로 부상했다. 유니스왑, 메이커다오, 컴파운드 같은 핵심 프로토콜들이 ETH를 기반으로 움직였고, "이더리움 없이는 디파이도 없다"는 문장이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이후 디파이 피로감, 루나 붕괴, NFT 거품 붕괴가 이어지며 ETH는 점차 매력을 잃었다.이런 배경 속에서 라이언 아담스는 ‘블루머니 복음’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그는 “돈은 믿음을 코드로 구현한 것”이라며, ETH 보유자들이 스테이킹을 통해 믿음을 표현하고 서사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RK인베스트 역시 올해 초 보고서에서 ETH를 “미 국채처럼 이자를 제공하는 디지털 채권”이라 표현하며 이 서사에 힘을 실었다.최근 이더리움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실물 자산의 토큰화 흐름과 연결되어 있다. 블랙록, 시티그룹, JP모건 등 글로벌 기관들이 미국 국채와 회사채를 이더리움 기반으로 토큰화하려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ETH는 이미 연 3~5%의 스테이킹 수익을 제공한다. 이더리움은 단순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넘어서, 전 세계 수익형 자산을 연결하는 ‘접근권(access token)’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이런 변화가 정착된다면, 과거 “디파이=이더리움”이란 서사를 넘어 “수익형 자산은 이더리움에서 작동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비판은 존재한다. BTC 지지자들은 ETH가 절대적 희소성을 갖지 못하고 있고, ETH/BTC 비율도 크게 하락해 ETH의 자산으로서의 입지를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한다.그럼에도 시장은 이더리움의 반등에 주목하고 있다. 4월 초 1,4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가격은 현재 1,800달러를 넘기며 약 30% 상승했다. 이는 아직 사상 최고가와는 거리가 있지만, 서사 복귀를 향한 첫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결국 ETH의 향방은 기술이 아닌 서사에 달렸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내러티브를 정착시켰듯, 이더리움이 ‘디지털 국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시장은 그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