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전통 금융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애플, 테슬라 같은 전통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서 24시간 거래 가능한 토큰으로 만들어 글로벌 유동성 시장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코인베이스, 제미니, 로빈후드, 크라켄 등은 온체인 주식이라 불리는 '토큰화 주식' 거래 플랫폼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는 실물 주식과 1:1로 연동된 토큰을 발행해 블록체인에서 유통시키는 방식이다.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고, 주말에도 거래할 수 있어 기존 증시의 시간적 제약을 완전히 넘어선다.현재 로빈후드는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0여 종의 미국 주식과 ETF를 토큰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는 물론 비상장 기업인 스페이스X까지 포함된다. 외환 수수료 외 별도 거래 수수료는 없으며, 향후 24시간 7일 거래가 가능한 레이어2 체인 구축도 예고돼 있다.크라켄은 솔라나 기반 플랫폼을 통해 60종 이상의 주식을 지원하며, 백드파이낸스가 실물 주식을 실제로 매입한 뒤 이를 바탕으로 토큰을 발행한다. 제미니는 스트래티지(MSTR)를 시작으로 ETF 등으로 확대 중이다. 이들 모두 KYC(신원 인증)를 필수로 요구하며, 과거 테라의 미러프로토콜처럼 익명 거래는 허용되지 않는다.온체인 주식의 가장 큰 장점은 국경 없는 접근성이다. 스테이블코인만 있다면 나이지리아나 베트남 같은 국가에서도 미국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동시에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이 마를 때에도, 주식 기반 수요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돌게 만들며 암호화폐 생태계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다만, 한계도 명확하다. 투자자는 실물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규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미국 SEC는 이 분야를 면밀히 주시 중이며, 법적 판단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될 리스크도 존재한다. 유동성도 아직은 낮아 거래 체결이 지연되거나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흐름은 분명하다. 자산 자체가 아닌, 거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록체인을 통해 주식을 코인처럼 사고파는 시대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금융의 본질이 조용히 재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