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은 정부의 시녀”…트럼프, 금리 인하 압박으로 재정 지배 노린다
감세 법안 통과 다음 타겟으로 금리 인하를 정한 트럼프 대통령 (출처: Fox Busine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통과된 대규모 감세 법안을 유지하기 위해 연준의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 전략을 추진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감세로 인한 막대한 재정 적자를 장기 국채 발행이 아닌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버티겠다는 구상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인물을 연준에 앉히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 인선에도 직접 개입할 뜻을 내비쳤다.
재정 지배는 정부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통화정책을 재정정책의 하위 수단으로 삼는 구조를 말한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현재 미국에서도 유사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감세 법안은 막대한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국채가 늘어나면 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감세 효과가 줄어든다. 이를 막기 위해 트럼프는 단기 국채 중심의 조달로 선회하는 한편, 금리 인하를 통해 전체 조달 비용을 억제하려 한다. 그러나 단기 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더 빠르게 오를 수 있어, 오히려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은 이러한 변화에 반응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향후 10년 내 GDP의 7.1%에 이를 것이라는 하원 공화당의 예산안에도 불구하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4.35%까지 하락했다. 이는 연준의 차기 의장이 트럼프 성향의 인물이 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 효과를 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신뢰 약화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파월의 후임자가 재정적자보다는 경기 부양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치적 입장에서 보면, 중앙은행을 정치의 틀 안에 끌어들이는 것은 단기적 승리일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그 대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반드시 도래했다. 트럼프식 재정 지배 실험이 미국 경제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