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를 없앨까? 오히려 임금과 산업성장 촉진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을 갖춘 인력의 가치를 높이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3일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가 발표한 ‘2025 글로벌 AI 일자리 바로미터(PwC’s 2025 Global AI Jobs Barometer)’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하면 일자리가 감소하지 않는다. 일자리는 AI를 통해 인간의 판단력과 전문성을 보조하는 ‘증강(Augmentation)’ 과 AI가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자동화(Automation)’로 두 갈래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는 산업 평균 임금보다 56% 높은 소위 ‘AI 프리미엄’을 받으며 몸값이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는 △금융 △전문 서비스 △IT △에너지 도소매 등 주요 산업별 AI 도입 현황과 고용 시장 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AI가 각 분야의 일자리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정리한 글이다.
금융 서비스 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빠르게 AI를 도입하며 업무 환경을 재편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금융 서비스 채용 공고의 5.1%가 AI 기술을 요구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증강 가능 직무의 수요 증가율이 더 높았는데 금융 서비스에서는 자동화 가능 직무의 수요가 18%p 증가해 증강 가능 직무의 상승률(13%p)을 앞질렀다는 점이다.
이는 거래 처리 규제 준수 보고서 작성 같은 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평균 임금 또한 AI 기술 보유자는 그렇지 않은 동료에 비해 60%p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컨설팅과 법률 전문 서비스 분야 역시 AI 도입에 가장 앞서가는 산업 중 하나다. 2024년 채용 공고 중 5.1%가 AI 역량을 요구했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AI가 인간의 전문성을 보강하는 ‘증강 가능 직무’의 수요 증가율(55%p)이 자동화 가능 직무(27%p)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AI 기술을 갖춘 전문 서비스 인력은 64%p의 임금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AI를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전체 채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2년간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AI 기술 수요는 모든 산업 중 가장 높다. 2024년 ICT 채용 공고의 8.8%가 AI 기술을 요구했고 이는 산업 전체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ICT 산업은 단순히 직원을 늘리기보다 AI 전문가를 중심으로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결과 AI 기술을 보유한 ICT 인력은 무려 95%p에 달하는 임금 프리미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유틸리티 및 자원: 청정에너지 전환과 맞물려 AI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하위 산업에서 AI 기술을 보유한 인력은 102%p라는 높은 임금 프리미엄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도소매: AI 도입은 더딘 편이나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인력은 모든 산업을 통틀어 가장 높은 122%p의 임금 프리미엄을 기록했다. 이는 해당 분야에서 AI 전문가가 극소수이며 그만큼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공공 서비스 및 국방: AI 도입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AI 기술 요구 비중은 1.75%로 나타났다. 민간 부문에 비해 임금 프리미엄은 21%p로 소폭이지만 행정 효율화와 국방력 강화를 위해 AI의 역할은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PwC는 보고서를 통해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리더들에게 AI를 단순한 효율화 도구가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기업 전체의 가치를 혁신하는 ‘성장 전략’으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또한 AI 시대에 맞는 인력 양성을 위해 기술 격차를 파악하고 체계적인 재교육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