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금융상품 시대 한발 앞서 나가는 비트코인과 ETF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이 제도권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기존에 투기성 자산으로 여겨지던 디지털자산이 다양한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금융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30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50세대 가상자산 투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0~50대 금융소비자 1000명 중 27%가 현재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평균 투자액은 약 1300만원으로 전체 금융자산 대비 비중은 14%에 달했다.
투자 자산 유형 중에서는 비트코인 보유 비중이 가장 높았고, 투자 동기로는 ‘높은 수익률 기대’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노후준비(40%), 유행·재미(24%), 생활비 충당(22%) 등의 순이었다. 과거에 비해 단기 투자자 비중이 감소하고, 유행이나 재미를 동기로 삼는 투자자도 줄어드는 추세인 것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디지털자산 투자에 나선 이들의 금융자산 규모와 금융활동 수준은 비투자자 대비 확연히 높다”며 “이제 디지털자산은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아닌 국내 금융소비자의 주요 투자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액부터 중대형까지 투자규모가 다변화되고, 자산배분 전략 차원에서 비트코인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향후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런 적극적인 참여는 국민 전반의 디지털자산에 대한 인식 변화로도 확산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일 전국 성인 2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9%가 ‘향후 디지털자산 투자 확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정부 차원의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진 점이 이러한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조사에서도 투자 확대 이유로 ‘법·제도 정비 전망’을 꼽은 비율이 28.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디지털자산이 기존의 불안정한 투기자산에서 제도권 투자대상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권도 이런 변화에 대응해 법·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에서는 최근 디지털자산 기본법 발의에 이어,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과 신탁재산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제출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을 합법적으로 수탁·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며, 이를 기반으로 관련 금융상품의 개발과 운용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의 법적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이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아 현물 ETF 출시가 불가능했지만, 법안이 시행되면 상품 설계와 운용이 가능한 길이 열리게 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커스터디(수탁)는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 핵심 인프라”라며 “ETF 발행 시에는 해당 자산을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수탁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신탁업자가 디지털자산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도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에 발맞춘 국내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자산은 미래의 투자 수단이자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 주요국들도 규제체계 정비를 통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현물 ETF, 스테이블코인 등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