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오경석 대표 체제 시작…법률 대응 및 신사업 확대 도전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약 7년 만에 수장을 교체하며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두나무는 법조, 회계, 경영 등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쌓은 오경석 팬코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리더십 교체를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닌, 두나무가 처한 현재의 위기 상황과 미래 성장 전략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결정으로 보고있다.
두나무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오경석 대표를 차기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현 이석우 대표는 다음 달 1일부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오 신임 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역사적 전환기에 두나무의 대표직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두나무의 새로운 대표로서, 고객을 중심으로 본질에 집중하며 기술과 보안의 강력한 우위를 위한 과감한 투자, 지속적인 서비스 혁신과 글로벌 확장을 통해 업비트의 다음 도약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 신임 대표 앞에는 해결해야 할 여러 난제가 놓여 있다. 그의 리더십은 두나무의 단기적 위기 극복은 물론, 중장기 성장 전략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두나무는 올해 초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으며 위기에 직면했다. FIU는 두나무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3개월 영업 일부정지’ 처분을 내렸다. 구체적인 위반 사안으로는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지원 △고객확인 의무 소홀 등이 지적됐다.
당시 이석우 대표에 대해서도 ‘문책경고’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이에 두나무는 FIU의 처분에 불복해 즉각 서울행정법원에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현재 영업정지 처분의 효력은 본안 소송 판결 시까지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다만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관련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세청은 지난 2월 두나무에 대한 고강도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해외 계열사를 통한 역외탈세 의혹과 함께 경영진의 변호사비 대납 여부 등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이 투입된 점에서 조사 강도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제재와 사정기관의 조사가 동시에 이어지면서 두나무의 대외 리스크가 연이어 불거진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법률 전문가인 오경석 대표가 어떤 대응 전략을 펼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두나무가 이러한 위기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법조인 출신인 오 내정자를 차기 대표로 선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과 규제 당국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점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디지털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FIU 제재와 국세청 세무조사 등 복합적인 규제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에서 두나무가 법률 대응 역량을 갖춘 인물을 대표로 내세운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며 “오 신임 대표의 법조·경영 이력이 현 상황에서 두나무가 가장 필요로 하는 리더십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 대표는 무신사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한 시절,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목표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경영 투명성 제고에 힘쓴 바 있다. 무신사는 지난 3월 투자·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외이사를 새롭게 선임했다. 당시 무신사는 “오경석 대표의 경영 경험과 컴플라이언스 관련 역량을 바탕으로 회사의 투명성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사외이사 중심 감사위원회 등 외부 전문가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두나무가 반복되는 대외 리스크 국면에서 오 대표의 경험과 리더십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와 함께 오 대표는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가 여전히 업비트 거래 수수료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수익 구조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패션·의류 제조업이라는 전혀 다른 산업에서 경력을 쌓아온 오 대표가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 외 사업 비중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두나무의 오랜 숙제”라며 “이종 산업 출신인 오 대표가 두나무 특유의 기술·시장 특성을 얼마나 빠르게 소화하고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이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두나무는 이러한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삼아 AI 기술과 데이터 역량을 강화하고, 플랫폼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비트를 지능형 디지털 자산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기술적 기반을 단단히 마련하겠다”며 “투명한 운영과 ESG 가치 실천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삼일회계법인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2008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수원지방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다양한 법조 경력을 쌓았다. 2016년부터는 의류업체 팬코에 합류해 2018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두나무와의 인연도 있다. 그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두나무 감사로 재직하며 회사의 경영 전반을 들여다본 경험이 있다. 또한 창업자인 송치형 회장과는 충남 공주 동향이라는 인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