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한 캐나다 카니 총리...암호화폐 산업 향방은 불투명
2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해 재집권에 성공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출처: AFP)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조기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며 새로운 정치적 동력을 확보했지만, 그의 과거 발언과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캐나다 암호화폐 산업의 앞날은 여전히 뿌연 안개 속에 있다.
이번 선거에서 카니 총리는 비트코인 지지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보수당의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한때 영란은행과 캐나다 중앙은행을 이끌었던 카니 총리는 경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닌 인물이지만, 암호화폐에 대해선 일관된 회의적 시각을 보여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8년 "비트코인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없으며, 교환 수단으로도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해 "암호화폐는 일부 사용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화폐일 뿐이며, 기존 통화와 병행해서만 활용된다. 결국 실패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니는 기술 및 기업 친화적 정치인으로 분류되며, 일부에서는 그를 '부분적으로 친암호화폐적' 입장에 있는 인물로 본다. 블록체인 중심의 정치 활동 위원회인 '스탠드 위드 크립토'도 그를 이와 같이 분류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극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2021년 한 강연에서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상업은행의 규제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동성 요건 등을 포함한 금융 규범의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 규제안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과 상당히 유사한 시각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카니의 정책 방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니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해서는 ‘흥미롭다’고 평가한 바 있으며, 암호화폐 생태계가 금융 사기나 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의 규제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한 그는 페이스북이 추진했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에 대해서도 "규제가 선행된다면 지불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며 개방적인 태도를 취했다.
현재로서는 그가 비트코인과 관련해 이전의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그가 비판 발언을 했던 당시보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훨씬 커졌고, 전통 금융시장과의 상관관계도 변화하고 있는 만큼, 그의 시각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니 총리의 재집권은 캐나다 암호화폐 규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당장은 그의 입장이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주고 있지 않지만, 향후 캐나다의 암호화폐 정책이 기술 혁신과 규제 균형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