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법안 추진 가속화…금융권, 새로운 수익 모델 모색

토큰증권(ST) 제도화가 국회 심사에 돌입하면서 금융권이 실물자산 기반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사는 조각투자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발행 시장을 준비하고, 은행은 신탁·수탁 중심의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등 발행·운용·유통 전방위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에 나서는 모양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토큰증권 관련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에 대한 병합 심사에 착수했다. 개정안은 △토큰증권을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분산원장에 증권 정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민간 전자등록기관의 법적 지위와 인가 요건을 신설하고 ○소규모 장외 유통시장 제도화를 위한 다자간 상대매매 플랫폼(MTF) 근거 마련 등을 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다양한 권리의 증권화, 투자계약증권 등 비정형 증권의 유통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현행법상 발행과 유통의 겸업이 금지돼 있어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윤창현 전 의원이 해당 내용을 반영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냈지만 21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김재섭·민병덕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으나 논의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기 대선 정국과 함께 디지털자산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병덕 의원은 지난 3월 국회 세미나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방향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다”며 입법의 속도를 강조했다. “토큰증권과 실물자산토큰화(RWA) 관련 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하면 정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 입법이 완료된다”며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빠르면 다음달 본회의 통과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권은 이에 맞춰 실무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들과 협업하거나 기술 인프라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추진한 인프라 구축 테스트베드에 참여해 주요 기능을 검증했으며, 바이셀스탠다드와는 조각투자 협업을 체결한 바 있다. 대신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도 유사한 형태의 준비를 진행 중이다.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들도 NH농협은행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토큰증권 관련 사업 검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은행의 경우 향후 관련 시장이 본격 개방될 경우 신탁, 수탁, 발행 주관 등 기존 실물자산 기반 금융 역량을 활용해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연구원은 “부동산, 미술품, 기업채권 등 개인 투자자 접근이 어려웠던 자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며 “대체투자 시장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A 시행사가 500억원 규모의 오피스텔 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300억원은 기존 PF 대출로 조달하고 나머지 200억원은 증권형 토큰 발행으로 마련하는 식이다. 시행사는 부동산 지분이나 향후 수익을 바탕으로 수익권을 설정해 이를 토큰화하고, 투자자에게 분배할 수 있다.
은행은 이 과정에서 발행 수수료, 신탁 운용 수수료, 토큰 수탁 수수료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프로젝트 규모가 클 경우 신디케이트론을 구성해 조건 조율과 투자자 모집 등 주도적 역할도 가능하다.
다만 개정안이 자산 범위나 기술 요건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세부 인프라 구축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조각투자 인프라는 갖춰질 수 있지만, 실제 투자자 유입은 별개의 문제”라며 시장 안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