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굴릴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RA)가 상용화 3개월 차에 접어들며, RA 사업자들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상품들도 잇달아 출시되면서 업계에서는 현재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한정된 RA 운용이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로보어드바이저는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투자자 성향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는 서비스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퇴직연금을 RA에 일임할 수 있도록 혁신금융서비스(규제샌드박스)로 지정한 뒤, 올해 3월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됐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신의 투자 성향과 리스크 선호도 등을 고려해 알고리즘을 선택하고 퇴직연금 운용을 맡길 수 있다. 다만 현재는 IRP 계좌에 한해 RA 일임 운용이 가능하다.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RA 일임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입 한도는 연간 900만원이다. 당시 금융위는 RA 일임 서비스를 통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전문적인 자산운용 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를 확대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RA 테스트베드에 공시된 상용 가능한 퇴직연금 RA 알고리즘은 총 528개다. 이 외에도 출시를 앞두고 심사를 진행 중이거나 운용 심사를 완료한 알고리즘이 318개에 달한다.RA 시장 초기에는 RA 사업자와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출시됐지만, 최근에는 은행권까지 가세하며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30일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셈버앤컴퍼니, AI콴텍과 제휴를 맺고 상장지수펀드(ETF)와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RA 일임 운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 외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도 RA 사업자와 함께 연내 관련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익률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발한 ‘M-ROBO마이골드자원배분_ETF_P’ 적극투자형과 위험회피형은 지난 1년간 각각 29.89%, 23.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의 ‘NH_DNA 퇴직연금_Profolio_P’ 적극투자형(21.27%), AI 콴텍의 ‘콴텍 AI QUANT_P’ 적극투자형(18.93%), 미래에셋자산운용의 ‘M-ROBO마이골드자원배분_ETF_P’ 안전추구형(17.97%), 삼성자산과 쿼터백이 함께 개발한 ‘한국 자산배분_P’ 적극투자형(17.81%) 등이 1년 수익률 상위를 기록했다. 운용 자산 규모가 큰 알고리즘을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M-ROBO마이스마트라이프_P’ 적극투자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은 지난 1년간 각각 6.63%, 5.32%, 5.42%의 수익률을 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mRobo_은퇴인출_31_P’ 적극투자형, 안정추구형, 위험회피형의 1년 수익률은 각각 9.98%, 8.44%, 9.08%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2.93%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RA 일임 운용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RA 운용 가능 대상이 IRP에서 DC형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 조건 변경을 통해 DC형 계좌도 RA 일임 운용을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RP 계좌 일임 운용과 DC형 계좌 일임 운용이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차이가 없다”며 “RA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게 확인되면 가능한 빨리 DC형까지 확대되는 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시장 규모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DB형이 48.5%, DC형이 26.6%, IRP가 24.8%를 차지하고 있다.한편, 금융당국은 규제샌드박스 기간인 최대 4년 동안 수익률과 안정성 등 운영 성과를 살펴보고 법률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