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누락된 첫 메시지, 새 정부의 디지털자산 방향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본시장 개혁과 미래 산업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최근 시장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디지털자산,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기술주도 성장이 강한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성장의 핵심 플랫폼인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그는 민생 안정, 자본시장 혁신, 지역균형발전, 사회안전망 강화, 부동산 시장 안정, 한반도 평화와 실용외교, 농업의 전략산업화 등을 중점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큰 방향성은 분명히 제시했지만, 스테이블코인이나 디지털자산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모두발언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모두 빠졌다. 회견은 사전 조율 없이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고, 일문일답도 사전 각본 없이 자유롭게 이뤄졌지만 디지털자산이나 스테이블코인 관련 질문은 제기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해당 분야에 대한 대통령의 정책적 관심이나 의지를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첫 기자회견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5월 경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을 외면하면 조선 말기의 쇄국정책처럼 고립될 수 있다. 시장에 조속히 진입하고, 참여자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며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는 국정운영에도 이어졌다. 대통령직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주요 정책 의제로 설정했다. 최근 금융당국 및 한국은행과도 △발행 요건 △규제 체계 △자본금 기준 △발행 주체 △금융시장 리스크 등 핵심 쟁점을 협의 중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돼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정책화 기대가 반영되며 민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토스 등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들이 사업 진출에 나섰고, 상표권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지난달에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출원이 300건 이상 몰렸다. 증시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업이 테마주로 부상하며 단기 급등세를 연출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한 달간 143% 급등한 뒤, 투자위험종목 지정과 거래 정지 등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대통령이 자본시장에 방점을 찍은 만큼 디지털자산도 같은 프레임 안에서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이슈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의 방향성을 확인할 기회였던 만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 전반을 조망한 자리였던 만큼 디지털자산이 배제됐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며 “후속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 기반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출신의 한 관계자는 “김용범 정책실장을 포함해 주요 참모진이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AI와 함께 디지털자산은 이번 정부의 전략 산업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