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암호화폐 기업에 라이선스 의무화 조치

싱가포르가 암호화폐 규제를 대폭 강화하며 모든 암호화폐 기업이 라이선스를 취득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규제는 해외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비트겟(Bitget)과 바이빗(Bybit)은 두바이나 홍콩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각) 싱가포르 금융관리국(MAS)은 새로운 라이선스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최종 기한으로 설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예외나 유예 기간 없이 적용되며, 자금세탁 방지, 현지 준수 담당자 지정, 사이버 보안 점검 등을 포함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약 18만5000달러(약 2억4800만원)의 벌금과 징역형까지 부과될 수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반드시 라이선스를 보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홍콩 디지털 자산 금융 기관 헥스트러스트(Hex Trust)의 칼빈 션 최고 상업 책임자는 “이번 조치는 산업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규제 체계의 신뢰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새로운 라이선스는 디지털 기업들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 소규모 기업은 이미 운영을 중단했으며, 대형 플랫폼인 비트겟과 바이빗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은 홍콩과 두바이와 같은 보다 유연한 규제 환경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싱가포르의 새로운 규제가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아시아태평양 정책 책임자인 청이 옹은 싱가포르의 규제가 국제적인 규정 준수 기준을 넘어 현지 감독 강화를 목표로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단순한 국제적 기준과의 일치 문제가 아니라, 해외에서만 활동하며 싱가포르와의 연계가 제한적인 기업들에 대한 감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싱가포르의 선택은 암호화폐 산업이 관리 리스크와 기업 유입 간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금융 중심지로서 싱가포르는 “현지 기반, 책임 있는 거버넌스, 실행 가능한 기준”이라는 핵심 원칙에 기반해 규제 모델을 정립해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 규제가 아닌 실질적 운영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들이 점차 싱가포르를 떠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글로벌 디지털자산규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