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하락, 연말 1200원대 가능성 제시

달러값이 속절없이 추락해 3년 반 만에 최저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관세 협상 과정과 미국의 경제 지표에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도 7월 원·달러가 1340원대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후에도 원·달러는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달러는 미국 경제 균열 가능성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에 하락하는 반면 원화값은 국내 경기 반등 기대에 힘을 받으며 연말 환율은 1300원을 하회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뜻하는 달러지수(DXY)는 96선 중후반대로 내려왔다. 달러지수가 96선까지 떨어진 것은 2022년 초반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오락가락 트럼프 관세에 따른 신뢰도 하락에 달러는 점차 힘이 빠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준 의장 조기 지명설도 달러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사임을 종용하며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의 차기 후보 중 한 명으로 지목받고 있는 베선트 재무장관도 대통령 뜻을 따르겠다고 시사하고 있다.
연준 인사들의 연이은 7월 금리 인하 시사도 달러값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에 이어 대표적인 매파 성향 인사로 분류된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도 최근 7월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결과 시카고 페드워치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연준의 하반기 금리 인하 횟수는 종전 2회에서 최근 9월과 10월, 12월 총 3회로 늘었다. 여기에 한동안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던 중동 리스크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으로 잠잠해지자 곧바로 달러 매도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원화값은 미국의 신흥국 통화 절상 경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증시 외국인 유입 등으로 강세다.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경기 반등 기대와 집값, 가계부채 우려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도 원화값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이달 초만 하더라도 1380원 대를 보였던 원·달러는 전날 1350.0원까지 내려오며 장중 한때 1347.1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1340원대 환율은 지난해 10월 11일(1349.5원)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7월에도 달러 하방 압력이 지속되며 원·달러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주요 변수로는 내달 마무리되는 관세 불확실성이다. 강도 높은 미국 관세는 달러 힘을 빼는 동시에 원화 약세를 유발하는 요소다. 이런 가운데 9월까지 상호 관세 유예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경제 지표도 관건이다. 물가 둔화와 경제 균열에 확인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흔들기와 금리 인하 압박 강화로 달러값이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77개 투자은행의 미국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은 지난해 12월 2.1%에서 6월에는 1.4%까지 내려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관세 협상 연기와 달러화 추이, 국내 증시의 추가 랠리 등에 따라 등락할 것”이라며 이번 주 환율 레인지로 1340~1380원을 제시했다. 다만, 7월 전망으로는 최근 달러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1340원대 전후를 저점에서 등락할 것이란 의견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는 연준의 연내 3차례 인하로 사실상 앞서 가고 있어 달러값이 더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이어 “관세 협상이 강경할 경우 달러와 원화가 동시에 하락해 큰 노이즈가 없을 것”이라면서 “7월 말은 1340원 수준 박스권을 예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말 환율은 점진적으로 더 떨어질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둔화로 달러 약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며 13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1200원대 진입 시각도 있다. KB국민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원·달러 저점으로 1280원을 제시하며 “미 달러화 약세와 원화 저평가 해소에 연말 1300원 하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