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안…자율규제 법적 근거 마련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기존의 이용자 보호법이 거래소 중심의 사후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법안은 발행부터 상장, 유통, 감독에 이르는 전체 구조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뒀다. 제도 부재로 인한 불확실성과 투자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독립 산업으로 규정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자산연동형(스테이블코인)과 일반형으로 구분하고,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해 규율 일관성을 확보했다. 게임 아이템과 선불지급수단 등은 제외된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다. △디지털자산 정의·분류 △사업자 인허가 체계 △거래소 및 공시 규제 △불공정거래 금지 △이용자 보호 및 감독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다. 먼저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했다. 디지털자산은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발행돼 거래 가능한 경제적 가치로 규정하고 자산연동형(스테이블코인)과 일반 디지털자산으로 구분했다. 반면 게임 아이템,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를 통해 제도 밖에 머물던 다양한 자산 유형에 대한 적용 범위를 구체화하고, 규율의 일관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자산사업자에 대한 인허가 체계도 새롭게 마련됐다. 법안은 디지털자산사업자를 총 10개 업종으로 나누고, 업종별로 인가, 등록, 신고 등 진입방식을 차등 적용한다.
자본금 기준도 업종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매매업, 중개업, 보관업은 5억 원 이상, 지갑관리업과 자문업 등은 1억 원 이상이 요구된다. 반면 주문전송업이나 유사자문업 등은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지만 자율규제 대상에는 포함된다.
이처럼 사업자의 등록과 자격 요건이 강화된 만큼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도 보다 정교하게 설계됐다. 법안은 거래소가 거래지원을 개시하거나 종료할 때 따라야 할 절차를 명시하고, 상장 심사 기준과 공시 요건도 구체화했다. 거래지원 개시 전에는 발행인의 기본 정보, 유통 구조, 기술적 안정성, 위험 요소 등을 심사해야 하며, 자율적으로 만든 심사 기준이라도 법이 정한 최소 요건은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정보 공개 또한 체계화된다. 공시는 정기·수시·자율 공시로 나뉘며 유통량 변동, 핵심 인물의 교체, 해킹 발생 여부 등 중요한 사항은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거래지원을 종료할 경우에도 투자자에게 사전 고지를 하고 자산 회수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종료 사실 역시 공시해야 한다. 상장폐지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민간 중심의 자율규제 체계도 법제화됐다. 법안은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를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는 법정협회를 설립하도록 한다. 해당 협회는 자율규제기구로 윤리 기준 수립, 자율점검, 분쟁 조정, 교육 등의 기능을 맡긴다. 협회는 자료 제출과 현장 조사에 대한 협조 의무를 지며 금융당국의 감독 아래 운영된다. 디지털자산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협회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협회는 디지털자산사업자의 거래지원 심사와 시장 감시 기능을 수행한다. 내부에 상장심사위원회와 시장감시위원회를 두고, 각각 디지털자산의 상장 적격성 검토와 시세조종, 내부자 거래, 허위정보 유포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자율규제이지만 법적 근거에 기반해 강제력이 부여된 구조로, 이는 기존의 민간 협의체였던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회(DAXA·닥사)가 갖지 못했던 공식성과 공공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상장 심사 권한을 민간 협회에 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상장 권한은 기본적으로 거래소가 직접 행사해야 한다고 본다”며 “당국이 정기적인 보고나 검사 방식으로 감독하는 구조가 더 적절하고, 그런 방식이 시장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