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EU의 보복관세에 재보복… 와인에 200% 관세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보복 관세에 맞서 프랑스 등 주요 EU 국가의 주류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미국과 EU 간 무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EU가 미국산 위스키에 불공정한 50% 관세를 부과했다”며, 해당 조치가 철회되지 않으면 “프랑스 및 기타 EU 국가에서 수입되는 와인, 샴페인, 알코올 제품에 2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12일부터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적용하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EU는 4월부터 260억 유로(약 41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응해 EU 주류 제품을 겨냥한 추가 관세를 검토하며 재보복을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도 “우리는 수년간 희생을 강요당해왔지만, 이제는 그런 일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EU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미국의 철강 관세 철회를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관세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해로운 조치”라고 지적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가 실제로 20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유럽산 주류가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통계청인 유로스탯에 따르면 2023년 기준 EU산 와인과 주류의 약 31%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이에 대해 유럽 주류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스피리츠유럽은 “보복 관세의 악순환은 당장 멈춰야 한다”고 반발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은 캐나다와의 갈등도 심화시키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미국에 판매하는 전기요금을 25%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트럼프는 이에 맞서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온타리오주가 한발 물러서면서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기존대로 유지됐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하며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잇따른 무역 분쟁으로 뉴욕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S&P500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1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10.1% 하락하며 공식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우존스 운송지수 역시 11월 25일 기록한 최고치 대비 18.9% 하락하며 약세장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단기적인 변동성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경제와 시장의 장기적인 건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당분간 증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매크로 리스크 어드바이저의 존 콜로보스는 “대부분의 조정은 약 2개월 정도 지속된다”며, “현재 주식이 과매도 상태처럼 보이지만, 단기간에 급락했기 때문에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EU와 캐나다를 포함한 주요 교역국들과 강경한 무역 전략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