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30일 휴전안' 거부…푸틴 "공세 강화 지시"
커스크(Kursk) 지역을 방문한 푸틴 (출처: AFP)
러시아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30일 휴전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러시아는 단기적인 휴전은 무의미하다며, 자국의 이익과 우려가 반영된 장기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책만을 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국영 TV 연설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협상 후 제안된 30일 휴전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숨 돌릴 시간을 주려는 것일 뿐"이라며, "러시아는 장기적이고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앞으로 협력 과정에서 러시아의 의견을 고려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이번 입장 표명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휴전 협상을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한 날 발표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의 30일 휴전에 합의하고 러시아에도 동참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오히려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주 최대 도시 '수드자'를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수드자는 지난 6개월간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해 온 지역으로, 러시아군의 이번 공세는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정보 지원을 중단한 틈을 타 빠르게 진행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쿠르스크를 직접 방문해 군복을 입은 채 군 지휘소 회의에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고, 국경을 따라 완충 지대를 설정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방문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30일 휴전안'을 수용한 직후 이뤄진 행보로, 러시아가 쉽게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지역 탈환을 통해 향후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은 "우크라이나가 기습 공격으로 점령했던 쿠르스크 영토의 86%를 이미 탈환했다"고 보고했다.
러시아가 휴전 제안을 거부하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종전 구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직접 전선 지휘에 나서며 공세 강화에 힘을 싣는 모습은 러시아가 협상보다는 실질적인 군사적 우위를 통해 유리한 위치에서 평화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