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미 해군 함정 MRO 첫 성공…"미 해군도 감탄"
한화오션이 정비한 미 해군 윌리 쉬라호 (출처: 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사 최초로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번 성과는 미 해군의 노후 군함 정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추가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13일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Wally Schirra)호'가 정비를 마치고 출항했다고 밝혔다. 월리쉬라호는 지난해 9월 2일 입항한 이후 약 6개월, 총 193일 만에 정비를 완료했다. 배수량 약 4만 톤 규모로, 길이 210m, 폭 32.3m의 대형 함정이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스코조선소에서 건조된 이 배는 전투함에 화물, 탄약, 연료 등을 공급하는 해상 보급용 함정으로 올해로 17년 차에 접어들었다.
한화오션은 이번 정비에서 선체 외관 정비는 물론, 프레임 등 내부 구조물까지 분해해 재조립하는 '창정비'를 진행했다. ▶선체 및 기관 유지보수 ▶주요 장비 점검·교체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광범위한 작업이 이뤄졌다.
애초 정비 예상 기간은 약 3개월이었지만, 계약 사항 외의 손상 부위가 발견되면서 추가로 약 3개월이 소요됐다. 한화오션은 문제를 미 해군 측에 신속히 보고하고, 추가 계약을 통해 완벽한 정비를 마쳤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 해군 측은 '일본 조선업체는 이렇게 하지 않는데, 한국은 다르다'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MRO 사업으로 한화오션이 기존 계약(약 200억 원)에 추가 정비 계약(약 300억 원)까지 포함해 총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미 해군의 핵심 과제는 노후 함정을 어떻게 정상 전력으로 복귀시킬 것인가"라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년이 소요되는 MRO 사업에서 한국 조선사는 정비 중에도 작전 투입이 가능한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7월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 정비 협약(MSRA)을 체결해 2029년까지 5년간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3만 톤급 급유함 '유콘(YUKON)호'의 MRO 사업도 수주했으며, 올해는 5~6건의 MRO 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 또한 2~3건의 MRO 사업 수주를 계획 중이다.
패트릭 무어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한국 파견 대장은 이날 출항식에서 "향후에도 협력 관계를 강화할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의 MRO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 MRO 예산은 2020년 60억 9,300만 달러(약 8조 7,200억 원)에서 2023년 73억 7,900만 달러(약 10조 7,300억 원)로 확대됐다.
그간 미 해군 7함대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을 통해 MRO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노후 함정이 늘어나면서 일본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화오션의 성공적인 MRO 완료는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방위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