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中 허사이 라이다 기술로 스마트카 개발…지정학적 리스크 속 파격 선택
미국의 견제에도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은 중국 허사이社 (출처: Reuters)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 기업 허사이(禾賽科技)의 라이다(LiDAR) 기술을 도입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스마트카 개발에 나선다. 11일 로이터통신은 벤츠가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수개월간의 신중한 검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벤츠가 허사이의 라이다 기술을 채택한 배경에는 경쟁력 있는 가격과 대규모 생산 능력이 있다. 벤츠는 이러한 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결정은 외국 자동차 제조사가 중국산 기술을 중국 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모델에 적용하는 첫 사례로 주목된다.
벤츠와 허사이의 협력은 미국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대해 중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 솔루션 사용을 제한하려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로이터는 이러한 배경이 이번 결정에 복잡한 의미를 더한다고 전했다.
허사이는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인 라이다 센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발사해 사물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사물의 거리와 형태를 파악하는 기술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중국 매체 커촹반르바오에 따르면, 허사이는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유럽의 한 대형 자동차 업체와 다년간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허사이는 한때 미국 정부로부터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2023년 미국 국방부는 허사이가 제조한 라이다가 미국 내 자동차에 장착될 경우 민감한 기반 시설이나 군사 시스템과 관련된 데이터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같은 해 1월 허사이는 ‘중국군과 관련된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허사이는 이러한 조치가 자의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후 미국 국방부는 같은 해 8월 허사이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벤츠의 이번 결정은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기술력과 생산성을 우선시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벤츠가 허사이와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카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