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인텔 파운드리 인수 추진…미국 반도체 산업 재편되나
주요 반도체 업체들과 합작해서 인텔 파운드리 사업 지분 인수를 추진중인 대만 TSMC (출처: AP)
대만 TSMC가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등 주요 반도체 설계 업체들과 손잡고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크게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TSMC가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에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공동 인수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인텔의 파운드리가 완전히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TSMC 측이 지분율을 50%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TSMC에 인텔 파운드리 인수를 요청한 배경에는 반도체 자급 능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갖춘 기업은 인텔이 사실상 유일하지만, 오랜 적자로 인해 자력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인텔은 188억 달러(약 27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팻 겔싱어 전 CEO가 해임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이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미국의 첨단 제조업을 살리는 핵심 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인텔과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들과의 연합을 통해 지배력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업계에서는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확보하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TSMC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67.1%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8.1%로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여기에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TSMC 연합’에 힘을 실어줄 경우, 삼성전자는 향후 신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TSMC와 인텔 간 거래가 실제로 성사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로이터통신은 "두 회사는 반도체 공장 운영 방식, 장비 구성, 제조 공정 및 원재료 사용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TSMC의 인텔 파운드리 지분 인수 여부가 반도체 산업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