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4월부터 美 제품에 280억 달러 보복관세…"철강 전쟁" 다시 불붙나
본격적인 관세 전쟁에 돌입한 미국과 EU (출처: EU Policy Center)
유럽연합(EU)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정책에 대응해 약 280억 달러(한화 약 41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는 4월부터 선박, 버번 위스키, 오토바이를 포함한 다양한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전면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각각 25% 관세를 부과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
EU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재임 기간이었던 2018년과 2020년에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으나, 이후 양측의 협상 끝에 올해 3월 말까지 이를 유예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면 시행 방침을 밝혀 과거보다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EU는 특히 미국 내 정치적으로 민감한 제품을 대상으로 삼아, 트럼프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EU는 미국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추가 보복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유럽 철강 시장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한 철강 제품이 다시 유럽으로 몰릴 경우 철강 가격 하락과 업계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철강 물량의 3분의 2가 유럽으로 유입된 바 있다.
알루미늄 업계 상황도 심각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50%로 상향하면서, 캐나다산 알루미늄 역시 유럽 시장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미-EU 무역 갈등이 과거 2018년의 '철강 전쟁'과 유사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당시 EU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나 리바이스 청바지와 같이 미국 정치권에 민감한 품목을 타깃으로 관세를 매겼고, 이후 양측은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1년에야 임시적인 휴전을 이룬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가 2018년 때보다 4배 더 강력하다며, 앞으로 유럽산 자동차 등 다른 품목에도 추가 보복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양측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