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암호화폐 정책이 유로화 위협… 유럽, 디지털 유로 도입 가속화
미국이 암호화폐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포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 내에서 금융 주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유럽 금융 당국은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이 유럽의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경고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과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유로화의 역할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지적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디지털 자산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지정하고, 압수한 비트코인 약 20만 개를 정부가 보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고, 암호화폐 ETF 승인 심사를 재검토하는 등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월 "비트코인은 유럽의 준비자산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이 암호화폐를 국가 준비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유럽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체코국립은행 총재 알레시 미흘은 지난해 12월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체코는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독일에서도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자산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요하임 나겔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준비자산은 안전하고 유동성이 뛰어나며 투명해야 한다"며 "비트코인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디지털 유로 개발을 추진해왔다. 미국이 디지털 자산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유럽에서도 디지털 유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올해 10월까지 디지털 유로 출시와 관련된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이 암호화폐에 대한 상반된 접근 방식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