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채권자 40만 명, KYC 미이행으로 2.5조원 상환 무산 위기
FTX 채권자의 KYC 미이행 시 청구권 소멸을 안내한 미국 델라웨어 파산 법원 공문 (출처: Bloomberg Law)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채권자들 중 약 40만 명이 신원확인 절차(KYC)를 시작하지 않아 총 25억 달러, 한화 약 3조4천억 원에 달하는 상환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델라웨어 파산 법원에 4월 2일자로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FTX 채권자 중 약 39만2000명이 필수적인 KYC 절차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됐다. 해당 절차는 FTX 측이 채무 상환을 진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명시한 것으로, 일정 내 KYC를 개시하지 않으면 채권 자격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
원래 채권자들은 2025년 3월 3일까지 신원확인을 시작해야 했지만, FTX 측은 기한을 6월 1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다. 그러나 이 추가 기한마저 넘길 경우, 해당 채권은 완전히 무효 처리되며 상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5만 달러 이하의 청구권에서 6억5500만 달러, 그 이상 규모의 청구권에서 19억 달러 상당의 상환금이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예정된 다음 상환 일정은 2025년 5월 30일로, 이 때는 5만 달러 이상을 청구한 채권자들을 중심으로 총 110억 달러 이상이 지급될 예정이다. FTX가 밝힌 회수 계획에 따르면 전체 채권자의 98%는 자신이 제출한 청구 금액의 최소 118%를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복구율도 기한 내 절차를 완료한 채권자에게만 해당된다. 아직 KYC 인증을 시작하지 않은 수십만 명의 투자자들은 이를 넘기면 상환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된다.
2022년 11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후, FTX는 미국 파산법 11조에 따라 회생 절차를 밟아왔고, 올해 들어 본격적인 채무 상환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총 상환 규모는 약 145억 달러에서 최대 16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실제로 수조 원에 달하는 자산이 날아갈 수 있는 중요한 기한 문제다. FTX에 자금을 예치한 투자자라면 자신의 청구권 등록 및 KYC 진행 여부를 반드시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