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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X.
2025-04-16 21:23:34
일본은 세계적으로 현금을 선호하고 은행을 상대적으로 불신하는 경향이 강한 나라입니다.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절반 이상이 현금 및 예금 형태로 보유되어 있는데, 이는 미국이나 유로존보다 현저히 높은 비율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저금리나 고령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깊습니다. 본 보고서에서는 일본 국민들이 은행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역사적 사건들을 시대별로 정리하고, 금융심리의 변화와 현금 보유 선호 문화의 형성을 분석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경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물자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수습하고자 일본 정부는 1946년에 금융 긴급조치령을 통해 대대적인 통화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예금 봉쇄 조치가 내려져 모든 은행 예금의 인출이 제한되었으며, 구 엔화는 신엔화로 강제 교환되었습니다. 구 화폐를 은행에 강제로 예치시켜 국민 예금을 사실상 동결한 것입니다. 예금주들은 극히 적은 금액만 인출할 수 있었고 나머지 예금은 동결된 상태였습니다.
동시에 정부는 재산세라는 일회성 부유세를 도입하여 개인 자산에 25%에서 최대 90%까지 과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저축이 급격히 축소되거나 실질 가치를 잃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예금을 정부나 은행에 맡기면 재산을 잃을 수 있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 이후 일본 경제는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금융 환경도 비교적 안정되었습니다. 정부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1971년에 예금보험법을 제정하고 예금보험공사를 설립하여 예금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현금을 손에 쥐고 있으려는 성향을 유지했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우체국 예금에 대한 신뢰가 높아 민간은행보다는 우체국 예금에 돈을 맡기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이 시기 형성된 예금 중심의 저축 문화는 훗날 현금 선호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1980년대 일본은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급등하는 버블경제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버블이 붕괴하면서 부동산과 주식 가치가 급락했고, 대량의 부실채권이 발생하면서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 훼손되었습니다. 특히 1997년 홋카이도탁쇼쿠은행의 파산은 은행 불패 신화를 깨뜨린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일본 국민들에게 은행이 절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충격을 주었고, 일부 은행에서는 예금 인출(뱅크런)이 발생했습니다. 정부가 긴급히 모든 은행예금을 전액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예금자들은 여전히 현금을 손에 쥐고 있으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은행은 초저금리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시하여 예금 금리가 거의 0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는 예금을 통해 얻는 이익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발표된 직후 시중 현금 통화량이 급증했고, 개인 금고 판매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 시기 일본 국민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느니 차라리 집에 돈을 두겠다는 심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디지털 결제보다는 현금 사용 습관을 유지하는 고령층이 늘어났습니다. 디지털 거래에 대한 우려, 정부의 자산 파악 가능성 등도 현금 선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들은 일본인의 금융 행동과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일본 국민은 은행과 정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가지고 있으며, “장롱예금”이나 “다다미 밑의 돈”과 같은 현금 은닉 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이 같은 문화는 일본 국민이 위험자산 투자를 기피하고 안정자산에 집착하는 경향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일본은 전통적으로 현금 기반의 사회입니다. 치안이 좋다는 사회적 특성도 있지만, 금융기관이나 디지털 결제 방식에 대한 신뢰 부족과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로 인해 현금 사용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들이 은행을 신뢰하지 않는 데에는 역사적 사건과 문화적 배경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전후 예금 봉쇄 사건으로 시작된 불신은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 초저금리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거쳐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금융자산의 투자를 촉진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일본인의 뿌리 깊은 현금 선호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습니다. 일본인의 금융 불신은 역사와 문화의 결과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